판(Pan) 이라는 신
옛날 옛적 고대 그리스에 판(Pan)이라는 신이 살았다 한다. 그런데 많고 많은 이름 중에 "판"이라니, 이 이름이 참 독특하다. "판"이 계란 한 판 두 판의 판인지, 판을 뒤집어 엎다 할 때의 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의 이름은 판이다. 뭐, 그다지 멋진 이름은 아니지만, 아무튼 판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이 있었다.
목축의 신, 판
판이란 신이 담당하는 분야는 낙농업과 목축 등 주로 농업 쪽이다. 그래서 그는 일명 "목축의 신"이라고도 불렸다. 농사꾼 출신이라 그런지 워낙 성격이 착하고 인심 좋은 신이었기에 인간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평판이 좋기로 소문난 판에게도 딱 한 가지 흠이 있었다. 그의 생김새가 몹시 흉물스러웠다는 것이다.
반수반인의 외모
판은 반은 인간, 반은 양의 모습을 한 반수반인이었다. 인간들이 어쩌다 그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소문과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화들짝 놀라 "괴물이다!"라며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의 외모가 얼마나 추남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자고로 신이나 인간이나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잘생긴 외모일 것이다. 미남은 추남보다 50점 더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지 않나.
패닉(Panic)의 어원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판의 이름에서 비롯되어 요즘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패닉(Panic)"이라는 단어다. 놀람, 공포, 경기불황 등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패닉"이란 단어의 어원이 못생긴 남자를 만났을 때의 공포, 허무함, 짜증, 화남, 실망, 속쓰림 등에서 나온 말이라니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판과 시링크스의 사랑 이야기
판이라는 신이 예쁜 요정 시링크스(Syrinx)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녀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애원했지만, 기괴하게 생긴 판의 사랑을 받아줄 여성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판의 스토킹에 쫓기던 시링크스는 도망치다 호숫가에 다다랐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자, 판의 애원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시링크스는 호수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죽은 시링크스는 순간 갈대가 되었고, 그녀를 끝까지 쫓았던 판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고 처량하게 들렸다. 사실 그 소리는 시링크스가 갈대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슬퍼서 엉엉 우는 소리였다. 판은 그 갈대를 꺾어 악기를 만들었는데, 그 악기가 바로 팬플루트가 되었다. 팬플루트는 그녀의 이름을 따 "시링크스"라고도 한다.
시링크스의 의미
시링크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새들의 명관, 즉 새소리를 내는 목청이라고도 나온다. 시링크스는 팬플루트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판과 시링크스에 대한 그림 작품들
판과 시링크스의 이야기는 여러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그중에서도 루벤스와 샤갈의 작품이 유명하다. 이들의 그림을 보면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